11월 할인 전에, '원래 가격'부터 확인하세요
연말 세일 준비하면서 가장 늦게 확인하는 게 가격 표기입니다. 소재 만들고, 예산 짜고, 쿠폰 발행하고, 마지막에 "정가 얼마에 몇 % 할인"을 적습니다. 그런데 제재를 받는 지점이 바로 이 마지막 한 줄입니다. 11월 행사 시작 전에 10분만 들여서 확인하면 되는 내용으로 정리했습니다.
<먼저 결론부터>
할인율을 표시할 때 기준이 되는 '원래 가격'은 사장님이 정하는 숫자가 아닙니다. 종전거래가격을 쓴다면 최근 약 20일 동안 실제로 팔았던 가격 중 가장 낮은 금액이 기준입니다. 20일 사이에 하루라도 더 싸게 팔았다면 그 가격이 기준이 됩니다.
그리고 2026년 7월 1일부터 표시광고법 과징금 기준이 세졌습니다. 반복 위반 가중 한도가 50%에서 100%로 올랐고, 과거 위반 이력을 보는 기간도 3년에서 5년으로 늘었습니다. 한 번 걸리면 다음번에 두 배로 돌아옵니다.
<'원래 가격'으로 쓸 수 있는 네 가지>
할인 전 가격으로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은 네 가지로 정해져 있습니다.
첫째, 종전거래가격과 현재 판매가를 비교하는 방법입니다. 가장 많이 쓰는 방식이고, 가장 많이 틀리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둘째, 권장소비자가격과 현재 판매가를 비교하는 방법입니다. 제조사가 정한 가격이 따로 있을 때 씁니다.
셋째, 시중가격과 현재 판매가를 비교하는 방법입니다.
넷째, 경쟁사 가격과 내 판매가를 비교하는 방법입니다.
중요한 건 어떤 기준을 썼는지 소비자가 알 수 있게 적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냥 가격 위에 줄을 긋고 빨간 글씨로 할인율만 크게 띄우면, 소비자는 당연히 "원래 저 가격에 팔던 물건"으로 읽습니다. 기준 설명이 부족해서 오해를 살 수 있으면 시정명령과 과징금 대상이 됩니다.
<20일 규칙, 이게 핵심입니다>
종전거래가격을 쓰는 경우 기준은 최근 약 20일 동안의 최저 판매가입니다. 예외가 있긴 합니다. 그 최저가가 아주 짧은 기간만 적용됐거나 판매 수량이 미미한 수준이면 제외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건 예외이지 기본이 아닙니다.
실제로 사고가 나는 상황은 대개 비슷합니다.
10월에 단기 쿠폰 행사를 돌려서 3일 동안 30% 할인가로 팔았습니다. 11월에 다시 정가 기준으로 "40% 할인"을 겁니다. 그런데 20일 안에 더 싼 가격으로 판 이력이 있으니, 기준 가격은 정가가 아니라 그 행사가가 됩니다. 할인율이 과장된 셈입니다.
또 하나는 상시 할인입니다. 1년 내내 같은 할인율로 팔면서 정가 대비 할인율을 계속 표시하는 경우입니다. 20일 최저가는 계속 할인가이기 때문에 사실상 할인이 아닌 가격을 할인으로 표시한 게 됩니다.
<쿠폰을 '회원가'처럼 쓰면 안 됩니다>
2026년 6월 9일, 공정위가 쿠팡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5억 원을 부과했습니다. 위반 기간은 2020년 8월 26일부터 2022년 5월 15일까지입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멤버십 가입 시 한 번만 주는 쿠폰을 적용한 가격을 '와우회원가', '회원전용 특가'처럼 표시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회원이면 상시로 그 가격에 살 수 있는 것으로 읽힙니다. 실제로는 일회성 쿠폰이었고, 여러 상품에 걸쳐 할인가를 표시했지만 쿠폰은 한 상품에만 쓸 수 있었습니다.
과징금이 5억 원으로 정해진 이유도 참고할 만합니다. 해당 광고로 늘어난 매출을 계산하기 어려워서 법에서 정한 정액 과징금 최고액을 매겼습니다. 참고로 이 기간 동안 멤버십 회원은 약 483만 명에서 약 937만 명으로 늘었습니다.
공정위는 최근 3년 동안 할인율이나 기간 한정 표시가 거짓·과장된 사례를 직권으로 8건 조사했다고 밝혔습니다. 신고가 들어와야 보는 게 아니라 먼저 들여다보고 있다는 뜻입니다.
<2026년 7월부터 과징금 기준이 바뀌었습니다>
2026년 7월 1일부터 적용된 내용 중 사업자에게 직접 영향이 있는 항목만 추립니다.
반복 위반에 따른 가중 한도가 50%에서 100%로 올랐습니다. 5년 안에 위반이 1회(합산점수 2점 이상)면 최대 50%, 4회 이상이면 최대 100%까지 가중됩니다.
과거 위반 이력을 확인하는 기간이 3년에서 5년으로 늘었습니다.
소비자 피해를 보상했을 때 받던 감경 한도가 최대 30%에서 10%로 줄었습니다.
조사 협조 10%, 심의 협조 10%로 나뉘어 최대 20%까지 받던 감경이, 전 단계에 협조하고 행위 사실을 전부 인정해야 10% 이내로 바뀌었습니다.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다"는 주장에 적용되던 일부 예외 조항이 삭제됐습니다.
부과기준율도 올랐습니다. 중대한 위반은 0.8~1.6%에서 1.5~1.8%로, 매우 중대한 위반은 1.6~2.0%에서 1.8~2.0%로 조정됐습니다.
여기에 더해 공정위는 기만광고 과징금 상한을 정률은 매출의 2%에서 10%로, 정액은 5억 원에서 50억 원으로 올리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확정된 내용은 아니지만 방향은 분명합니다.
<행사 시작 전 체크리스트 일곱 가지>
하나. 할인 기준으로 쓸 가격이 최근 20일 판매 이력과 맞는지 확인합니다. 쇼핑몰 관리자에서 주문 내역을 기간으로 걸어 최저 결제가를 뽑아보면 바로 나옵니다.
둘. 10월에 돌린 단기 행사, 타임세일, 쿠폰가가 있었다면 그 가격을 기준에 반영합니다. 행사가 끝났다고 이력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셋. 쿠폰을 적용한 가격을 상시가처럼 쓰지 않습니다. 쿠폰 적용가를 보여주려면 쿠폰 조건(1인 1회, 특정 상품 한정, 사용 기간)을 같은 화면에서 읽을 수 있게 적습니다.
넷. 비교 기준을 화면에 적습니다. "권장소비자가 대비", "9월 판매가 대비"처럼 한 줄만 있어도 다릅니다.
다섯. '최저가', '최대 할인', '역대 최저' 같은 표현을 쓴다면 근거 자료를 파일로 남겨둡니다. 언제 어디까지 확인했는지가 기록으로 있어야 합니다.
여섯. '기간 한정'을 적었으면 그 기간이 끝났을 때 실제로 가격을 올립니다. 같은 문구로 기간만 계속 연장하는 운영이 제재 사유가 됩니다.
일곱. 광고 소재와 상세페이지, 상품 목록의 가격 표기가 서로 다르지 않은지 봅니다. 소재는 수정했는데 상세페이지가 그대로인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마무리>
연말 세일은 하루에 한 달치를 파는 날입니다. 그만큼 가격 표기 한 줄이 닿는 소비자 수도 평소와 다릅니다. 소재 검수할 때 문구와 이미지만 보지 말고, '원래 가격'이 어디서 나온 숫자인지 한 번만 더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10분이면 끝나는 일이고, 안 하면 몇 년 뒤에 돌아옵니다.
함께 그려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