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만든 광고 소재, 어디까지 표시해야 하나
생성형 AI로 광고 소재를 만드는 건 이미 일상이 됐습니다. 배경을 바꾸고, 모델 컷을 만들고, 카피를 뽑고, 영상 소재를 여러 버전으로 자동 변형하는 작업이 광고주 쪽에서도 대행사 쪽에서도 자연스럽게 돌아갑니다. 그런데 지난 1년 사이에 바뀐 건 제작 방식만이 아닙니다. "이 소재가 AI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어디에, 어떻게 알릴 것인가"가 법과 매체 정책 양쪽에서 동시에 요구사항이 됐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지금 정리해 두셔야 할 건 세 가지입니다. 첫째, 국내 인공지능기본법의 생성물 표시 의무가 이미 시행 중이고 계도기간이 최소 1년으로 안내된 만큼 내년 초부터는 실제 집행 국면으로 들어갑니다. 둘째, 메타·틱톡·유튜브·마이크로소프트 애즈가 각자 다른 이름과 다른 방식으로 AI 소재 고지를 요구하고 있어 매체별 대응이 갈립니다. 셋째, 실무에서 가장 자주 사고가 나는 지점은 "표시를 안 해서"가 아니라 "편집 과정에서 표시 정보가 지워져서"입니다. 이 세 번째가 대행사와 인하우스 실무자가 당장 손봐야 할 부분입니다.
<국내 인공지능기본법: 시행은 끝났고, 남은 건 계도기간>
인공지능기본법은 2026년 1월 22일 시행됐습니다. 광고 실무와 직접 맞닿는 조항은 투명성 확보 의무입니다. 크게 세 갈래로 나뉩니다.
먼저 사전 고지입니다. 생성형 AI를 이용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때는 AI를 기반으로 운용된다는 사실을 이용자에게 미리 알려야 합니다. 다음은 생성물 표시입니다. AI가 만든 결과물이라는 점을 로고, 워터마크, 메타데이터 같은 방식으로 표기해야 합니다. 마지막이 딥페이크 표시입니다.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가상의 음향·이미지·영상을 제공하는 경우에는 이용자가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눈에 보이는 방식으로 표시해야 합니다.
여기서 실무자가 헷갈리는 부분을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모든 AI 결과물에 눈에 보이는 라벨을 박아야 하는 건 아닙니다. 일반 생성형 AI 결과물은 가시적 표시 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디지털 워터마크 중에서 고를 수 있고, 애니메이션이나 웹툰처럼 명백하게 실사가 아닌 결과물도 디지털 워터마크가 허용됩니다. 알림창이나 UI를 통한 안내도 방법으로 인정됩니다. 반면 실제와 구분이 어려운 딥페이크성 결과물은 선택지가 없습니다. 연령 등을 고려해 명확하게 인식 가능한 가시적 방법으로 표시해야 합니다.
적용 대상도 넓게 잡는 게 안전합니다. AI를 직접 개발하는 사업자만이 아니라 다른 회사의 API를 가져다 쓰는 이용사업자도 대상에 들어갑니다. 해외 사업자라도 국내 이용자에게 영향을 미치면 적용됩니다. 표시 의무를 어겼을 때는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따릅니다.
다만 정부는 시행과 동시에 최소 1년 이상의 규제 유예·계도기간을 운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기간에는 인명사고나 인권 훼손 같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사실조사를 하고, 그 외에는 계도 중심으로 운영합니다. 지원데스크를 통해 영업비밀을 보호받으면서 익명으로 상담받는 것도 가능합니다. 바꿔 말하면 지금이 체계를 잡아 두기에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시기입니다. 내년 초에 급하게 소재 수백 개를 뒤지는 것보다, 지금 제작 단계에 규칙을 심어 두는 쪽이 훨씬 쌉니다.
<매체 정책: 이름도 다르고 방식도 다릅니다>
법이 "표시하라"고 말한다면, 매체는 "우리 방식대로 표시하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방식이 매체마다 다릅니다.
메타는 AI 정보 라벨을 씁니다. 사진처럼 보이는 합성 미디어, AI로 만든 인물, 실제 인물이 하지 않은 말이나 행동을 담은 소재가 대상입니다. C2PA 같은 출처 정보를 통한 자동 감지와 광고주의 수동 고지를 함께 씁니다. 정치·선거 광고는 기준이 더 엄격합니다. 위반하면 광고 거절이나 계정 제한으로 이어집니다.
틱톡은 AIGC 라벨입니다. AI로 생성했거나 현실감 있게 변형한 인물·장소·사건이 대상이고, 역시 자동 감지와 수동 토글을 함께 운영합니다. 브랜디드 콘텐츠는 브랜드 표시와 AI 표시를 둘 다 요구합니다. 위반 시에는 자동 라벨 부착, 노출 축소, 삭제로 단계가 올라갑니다.
유튜브는 변형·합성 콘텐츠 고지입니다. 시청자가 실제라고 착각할 수 있을 정도로 의미 있게 변형되거나 합성된 콘텐츠가 대상이고, 크리에이터 스튜디오에서 수동으로 켭니다. 고지 자체가 노출이나 수익에 불이익을 주지는 않는다는 점이 다른 매체와 다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애즈는 최근 AI 생성 광고에 대한 규정을 별도로 정리했습니다. AI가 실질적으로 만들거나 변형한 소재는 합성 콘텐츠임을 고지해야 하고, 워터마크·메타데이터·출처 정보를 보존해야 하며, 고지는 해당 콘텐츠 가까이에 배치해야 합니다. 가능하면 이미지·영상 소재 안에 AI 고지를 직접 넣으라는 문구도 들어갔습니다. 딥페이크, 인물이나 조직 사칭, 허가 없는 초상·음성 사용, 필수 고지 누락, 기계 판독용 출처 정보 제거는 광고 거절 사유로 명시됐습니다.
해외 매체를 쓰신다면 EU AI Act도 시야에 넣어 두셔야 합니다. 투명성 의무를 규정한 제50조가 2026년 8월 2일부터 적용됐고, 합성 음성·이미지·영상·텍스트는 기계가 읽을 수 있는 형식으로 표시하되 딥페이크는 구별 가능한 라벨을 붙이도록 하고 있습니다. 시행 전 이미 시장에 나와 있던 제품은 2026년 12월 2일까지 유예가 있습니다.
<정작 사고는 여기서 납니다: 출처 정보가 지워지는 구간>
매체 정책을 하나하나 읽다 보면 공통적으로 반복되는 단어가 있습니다. 출처 정보, 즉 프로비넌스입니다. C2PA를 비롯한 규격은 이미지나 영상 파일 안에 "어떤 도구로 만들었고 이후 어떤 편집을 거쳤는지"를 기계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심어 둡니다. 메타와 틱톡의 자동 감지도 상당 부분 이 정보를 근거로 동작합니다.
문제는 실제 소재 작업 동선입니다. 생성 도구에서 뽑은 원본에는 출처 정보가 붙어 있지만, 그다음 단계에서 대부분 사라집니다. 이미지 편집 툴에서 다른 포맷으로 내보내거나, 용량을 줄이려고 압축을 걸거나, 메신저·협업 툴로 파일을 주고받거나, 캡처해서 다시 저장하는 순간 메타데이터가 통째로 날아가는 경우가 흔합니다. 결과적으로 광고주도 대행사도 AI로 만든 사실을 숨길 의도가 전혀 없었는데, 매체 입장에서는 "출처 정보를 제거한 소재"로 보이게 됩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애즈가 기계 판독용 출처 정보 제거를 거절 사유로 못 박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대응의 초점은 "라벨을 붙였는가"가 아니라 "제작·편집·전달 과정에서 정보가 유지되는가"로 옮겨 가야 합니다.
<실무 체계: 네 단계로 나눠 두시면 됩니다>
첫째, 제작 단계에서 소재를 세 등급으로 분류합니다. 실제 촬영물을 보정한 수준, AI로 배경이나 요소를 생성한 수준, 실제 인물처럼 보이는 가상 인물이나 실제와 구분이 어려운 장면을 만든 수준입니다. 실제 제품 사진을 이어 붙인 슬라이드쇼 같은 소재는 대체로 고지 대상이 아닙니다. 반대로 세 번째 등급은 국내법과 매체 정책 양쪽에서 가장 강한 표시를 요구합니다. 이 분류를 소재 파일명이나 소재 관리 시트의 고정 항목으로 넣어 두면 검수 단계에서 논쟁할 일이 줄어듭니다.
둘째, 소재 관리 대장에 항목을 추가합니다. 생성 도구명, 생성 여부, 실사 유사도 등급, 출처 정보 보존 여부, 매체별 고지 설정 상태 다섯 가지면 충분합니다. 소재 수가 많은 계정일수록 나중에 한꺼번에 소급하는 비용이 커지므로, 업로드 시점에 같이 남기는 게 핵심입니다.
셋째, 파일 전달 경로를 정리합니다. 출처 정보를 유지하려면 압축과 포맷 변환을 최소화하고, 원본을 그대로 전달하는 경로를 하나 정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캡처본으로 대체하거나 메신저 이미지 전송으로 원본을 대신하는 관행은 이 기준에서는 위험합니다.
넷째, 매체별 설정을 체크리스트로 고정합니다. 메타는 소재 등록 시 AI 정보 관련 항목, 틱톡은 AIGC 토글, 유튜브는 변형·합성 콘텐츠 고지, 마이크로소프트 애즈는 고지 문구 위치까지 확인 대상입니다. 같은 소재를 여러 매체에 돌릴 때 한 매체만 빠지는 실수가 가장 잦으므로, 소재 단위가 아니라 매체 단위로 한 번 더 훑는 절차를 두시는 걸 권합니다.
<광고주와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짚을 것>
대행사 입장에서 이 이슈를 광고주에게 꺼낼 때 "규제가 강화됐습니다"로 시작하면 대화가 잘 풀리지 않습니다. 실무적으로는 두 가지를 같이 말씀드리는 게 낫습니다.
하나는 소재 반려와 노출 축소 리스크입니다. 틱톡처럼 위반 시 노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매체에서는 성과 하락이 정책 문제인지 소재 문제인지 구분이 잘 안 됩니다. 원인 파악에 쓰는 시간이 곧 비용입니다.
다른 하나는 소재 저작권·초상 이슈와 한 묶음이라는 점입니다. 허가 없는 초상이나 음성 사용, 인물·조직 사칭은 표시 여부와 무관하게 거절 사유입니다. AI 표시 체계를 잡는 김에 모델 계약서상 AI 변형 허용 범위, 성우 음성의 합성 이용 가능 여부까지 같이 정리해 두면 나중에 두 번 일하지 않아도 됩니다.
<정리>
지금 시점의 판단은 단순합니다. 국내법은 이미 시행됐고 계도기간이라는 완충만 남아 있습니다. 매체는 각자의 이름으로 같은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실무 사고는 표시를 안 해서가 아니라 출처 정보가 중간에 사라져서 납니다. 그렇다면 손볼 곳은 소재를 만드는 순간과 전달하는 경로입니다.
소재 등급 분류, 관리 대장 항목 추가, 원본 전달 경로 정리, 매체별 설정 체크. 이 네 가지를 이번 분기 안에 정리해 두시면 계도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새로 할 일이 거의 없습니다.
지아이오엠은 광고주의 소재 운영 체계를 점검하면서 이 기준을 함께 적용하고 있습니다. 소재 수가 많은 계정일수록 뒤늦게 정리하는 비용이 커지는 영역이라, 지금 한 번 훑어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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