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보다 AI가 먼저 도착합니다
난 연말 시즌 전 세계 온라인 주문 5건 중 1건이 AI를 거쳐 발생했습니다. 금액으로는 2,620억 달러, 전체 온라인 매출의 20%입니다. 올해 연말은 이 비중이 더 커진 상태에서 시작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쇼핑몰의 상품페이지는 아직 AI가 제대로 읽지 못합니다. 이번 시즌에 광고비를 늘리는 것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이야기를 드리려고 합니다.
<숫자가 말해주는 변화>
지난 연말(2025년 11~12월) 데이터를 보면 변화의 규모가 분명해집니다. 전 세계 온라인 매출 1조 2,900억 달러 가운데 2,620억 달러가 AI와 에이전트를 거친 주문이었습니다. 미국 리테일 사이트 기준으로 연말 시즌 AI 경유 방문은 전년 대비 693% 늘었고, 올해 1분기에도 393% 증가하며 성장세가 이어졌습니다.
더 눈여겨볼 것은 양이 아니라 질입니다. AI 검색을 거쳐 들어온 방문자는 소셜미디어 유입보다 9배 자주 구매로 이어졌습니다. 올해 3월 기준으로 AI 경유 방문의 전환율은 일반 유입보다 42% 높았습니다. 1년 전만 해도 AI 유입은 일반 유입보다 전환율이 38% 낮았는데, 12개월 만에 완전히 뒤집힌 것입니다. 초기에는 호기심에 눌러보는 방문이 많았다면, 지금은 AI에게 충분히 상담을 받고 구매 결정을 거의 마친 상태로 들어온다는 뜻입니다.
소비자 조사에서도 같은 방향이 확인됩니다. 미국 소비자의 39%가 이미 쇼핑에 AI를 사용해봤고, 사용해본 사람의 85%가 쇼핑 경험이 나아졌다고 답했습니다. 한 번 경험한 사람은 돌아가지 않는 종류의 변화입니다.
<AI는 어떻게 쇼핑을 대신하는가>
에이전틱 커머스라는 말이 낯설 수 있는데, 구조는 단순합니다. 소비자가 "10만 원 이하로 초등학생 조카 크리스마스 선물 추천해줘"라고 물으면, AI가 상품을 찾고 비교해서 몇 개를 추천하고, 나아가 결제까지 대신 진행하는 흐름입니다.
탐색과 비교는 이미 일상이 됐습니다. ChatGPT에서만 하루 약 5,000만 건의 쇼핑 관련 질문이 발생합니다. 결제 단계도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OpenAI는 2025년 9월 엣시를 시작으로 대화 안에서 바로 구매하는 기능을 선보였고, 올해 2월에는 쇼피파이 셀러 100만 곳 이상으로 확대했습니다. 이후 대화 내 결제보다는 상품 발견과 추천에 무게를 옮기는 조정이 있었지만, 방향 자체는 분명합니다. AI가 추천 목록에 올려주지 않으면 소비자의 선택지에 들어가지 못하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를 짚어야 합니다. AI는 광고를 보고 추천하지 않습니다. 상품페이지의 정보를 읽고, 리뷰를 읽고, 브랜드에 대한 문서를 읽어서 추천합니다. 즉 추천의 재료는 광고 소재가 아니라 우리 사이트에 쌓여 있는 콘텐츠입니다.
<문제는 상품페이지입니다>
그런데 그 재료가 부실합니다. 미국 주요 리테일 사이트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AI가 페이지 내용을 읽어낼 수 있는 정도(기계 판독률)가 홈페이지는 평균 75%, 카테고리 페이지는 74%인데 정작 구매가 일어나는 상품페이지는 66%에 그쳤습니다. 하위권 사이트는 54% 수준이었습니다. 분석을 진행한 쪽의 표현을 빌리면 "상품 콘텐츠의 상당 부분이 지금 LLM에게 보이지 않는" 상태입니다.
이유는 짐작하시는 대로입니다. 상품 정보를 이미지에 넣어두는 관행, 옵션과 가격이 스크립트로만 그려지는 페이지 구조, 상세페이지 전체가 통이미지 한 장인 경우까지. 사람 눈에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AI에게는 빈 페이지나 다름없습니다. 국내 커머스는 통이미지 상세페이지 비중이 특히 높아서, 이 문제가 미국보다 더 클 가능성이 높습니다.
<12월에 할 일과 내년으로 넘길 일>
성수기 한복판에 사이트를 뜯어고칠 수는 없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과 내년 계획에 넣을 일을 나눠서 보시길 권합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주력 상품 10~20개만이라도 상품명·가격·옵션·배송·교환 정보를 텍스트로 정리해 상세페이지에 넣는 것입니다. 통이미지를 버리라는 것이 아니라, 같은 내용을 텍스트로 한 벌 더 두는 것입니다. 둘째, 자주 묻는 질문을 상품페이지에 텍스트로 추가하는 것입니다. AI는 질문-답변 형태의 콘텐츠를 특히 잘 가져갑니다. 셋째, GA4에서 ChatGPT·퍼플렉시티 등 AI 유입을 따로 모아 보는 탐색 보고서를 만들어두는 것입니다. 이번 시즌에 AI 유입이 얼마나 들어오고 얼마나 구매로 이어지는지 지금부터 기록해둬야 내년 예산 이야기를 숫자로 할 수 있습니다.
내년 계획에 넣을 일도 세 가지입니다. 상품 데이터를 구조화된 형태(스키마 마크업, 상품 피드)로 정비하는 작업, 결제 연동 프로토콜이 국내 커머스 환경에 어떻게 들어올지 추적하는 일, 그리고 우리 브랜드가 어떤 질문에서 추천되는지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루틴입니다. 특히 마지막은 검색 순위 점검처럼 매달 반복하는 업무로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정리하며>
작년 연말이 AI 쇼핑의 첫 등장이었다면, 이번 연말은 규모를 확인하는 시즌이 될 것입니다. 주문 5건 중 1건이 이미 AI를 거치고, 그 유입의 전환율이 일반 유입보다 42% 높다면, 이것은 실험 과제가 아니라 매출 항목입니다. 광고 세팅을 점검하듯 "AI에게 우리 상품이 보이는가"를 점검하는 것, 그것이 이번 시즌에 새로 추가해야 할 일입니다.
지아이오엠은 검색과 AI 검색, 광고와 콘텐츠를 하나의 흐름으로 보고 연말 시즌 대응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이트가 AI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궁금하시다면 언제든 문의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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